울산·여수 석유화학의 시대에서 첨단소재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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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의 시대에서 첨단소재의 시대로”

— 울산·여수 산업벨트가 바뀌면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은 인재시장이다

최근 산업 현장을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보인다.
울산에서는 반도체용 초고순도 PM 생산공장 투자가 발표됐고, 여수에서는 이차전지용 화학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겉으로 보면 각각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기업 채용을 직접 다루는 헤드헌터 관점에서는 하나의 흐름으로 읽힌다.

바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범용 케미칼’ 중심에서 ‘첨단 전자소재 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울산과 여수는 정유·석유화학 중심 도시였다. NCC 기반 범용 제품 생산과 대규모 설비 운영이 산업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증설, 탄소중립 규제 강화까지 겹치며 기존 방식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산업계가 선택하고 있는 방향은 명확하다.
“고부가 첨단소재로 가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울산의 케이앤제이피엠 투자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공정용 초고순도 PM은 단순 화학제품이 아니다. 반도체 세정제와 PR 용매에 사용되는 핵심 전자재료로, 미세공정이 고도화될수록 극도의 순도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투자에서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국내 최초 수준의 ‘원재료 반응부터 정제까지 전공정 내재화’다.

여수 역시 흐름은 같다. 전남도가 추진하는 이차전지용 화학 소부장 특화단지는 기존 석유화학 인프라를 기반으로 전극 바인더, 카본블랙, 방열·절연 소재, 패키징 소재 같은 배터리 핵심 화학소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결국 울산은 반도체 소재, 여수는 배터리 소재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두 지역 모두 “정유·석유화학 산업도시의 첨단소재 전환”이라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시장이 바로 인재시장이다.

실제 최근 채용 의뢰를 보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생산관리, 공정운전, 유지보수 중심 채용이 많았다면 이제는 초고순도 정제기술, 기능성 화학소재 개발, 전자재료 품질 대응, 파일럿 공정, 배터리 소재 분석 경험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소재 산업은 단순 제조업이 아니다. 고객사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같은 글로벌 기업인 경우가 많아 품질 기준과 공정 안정성 수준 자체가 매우 높다. 결국 생산 경험만으로는 부족하고, 고객 인증 대응과 분석 역량, 공정 최적화 경험까지 함께 요구된다.

문제는 이런 인재가 시장에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반도체 소재, 디스플레이 케미칼, 정밀화학, 기능성 고분자 경험자들이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동진쎄미켐, ENF테크놀로지, 솔브레인, OCI, 금호석유화학 계열 경험자들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지방 산업단지의 위상 변화다. 예전에는 수도권 기업 선호도가 압도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울산·여수·포항·군산 같은 산업벨트 기반 기업들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료 접근성, 항만 물류, 대규모 유틸리티 인프라가 중요한 첨단소재 산업 특성상 오히려 국가산단 중심 기업들의 경쟁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연봉만 높인다고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 기술 성장성, 프로젝트 방향성, 조직 안정성, 워라밸, 주거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인재 이동이 가능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이것이다.
“설비 투자는 돈으로 되는데, 사람은 돈만으로 안 된다.”

결국 앞으로의 첨단소재 경쟁은 누가 더 큰 공장을 짓느냐보다, 누가 먼저 핵심 기술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경쟁의 본질 역시 결국 ‘기술’이고, 그 기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울산과 여수의 변화는 단순한 지역 투자 뉴스가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중심축이 범용 화학에서 첨단 전자소재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앞으로 가장 치열해질 시장은 설비 시장이 아니라, 첨단소재 인재시장일 가능성이 높다.

`26.05.13(updated. `26.05.13)